
친구랑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거 진짜 역사 맞아?" 사실 저도 영화관 의자에 앉아 있는 내내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왕과 사는 남자는 2026년 2월에 개봉해서 한 달 만에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입니다. 단종과 엄흥도라는 역사 속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역사 기록과는 꽤 다른 부분도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역사를 너무 각색했다"라고 비판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그 각색 덕분에 감정선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 천만 흥행의 배경, 그런데 코로나가 미룬 기획
이 영화는 원래 2019년에 기획됐다고 합니다. 온다. 웍 그라는 제작사에서 임은정 대표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2020년에 황성구 작가가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제작이 한참 미뤄졌죠. 결국 2024년 10월에 캐스팅이 확정되고, 2025년 3월에야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이 영화가 첫 사극 도전이었습니다. 그동안 주로 현대극이나 범죄물을 연출했던 분인데, 사극으로 넘어오면서 연출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보니까 사극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에 더 집중한 느낌이었습니다.
촬영 장소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영화 속 배경은 청령포인데, 실제로는 문경새재 세트장 등 다른 지역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청령포는 지금 원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촬영이 어려웠던 거죠. 저도 나중에 청령포에 가 봤는데, 영화에서 본 풍경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개봉 첫날 11만 명이 봤고, 5일 만에 100만 명을 넘겼습니다. 14일 차에는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손익분기점(260만 명)을 훌쩍 넘었죠. 그리고 2026년 3월 6일, 마침내 1000만 관객을 달성했습니다. 국내 개봉작 중 34번째, 한국 영화로는 25번째 천만 영화가 된 겁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https://www.kofic.or.kr)). 3월 8일에는 1100만을 넘어섰고요.
흥행 요인을 분석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 유해진과 박지훈이라는 배우 조합의 신설함
- 역사적 비극을 소시민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각본
- 입소문을 탄 감정선과 연기력
특히 유해진 배우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촌장이라는 평범한 인물이 점점 왕과 가까워지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했거든요.
## 사극 연출의 새로운 시도, 그런데 완성도는 논란
장항준 감독이 사극을 처음 찍는다고 했을 때, 솔직히 좀 걱정했습니다. 사극은 고증부터 시작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여기서 '고증(考證)'이란 역사적 사실과 시대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서 영화에 반영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의상, 소품, 언어 하나하나가 다 고증의 대상이 되죠.
영화를 보면 장항준 감독만의 색깔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기존 사극처럼 웅장한 궁궐이나 전투 장면에 집중하기보다는, 유배지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상과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카메라를 맞춥니다. 광대들이 줄 위에서 연기하며 권력을 풍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웃음을 주는 공연이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과 긴장이 함께 흐르고 있더라고요.
씨네21의 정재현 평론가는 이 영화를 "소시민적 욕망과 역사적 비극의 교차점 위에 선 사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0점 만점에 6점을 준 건데, 제 개인적으로는 7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역사물이면서도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잘 담아냈다고 보거든요.
다만 각본의 구조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양경미 평론가는 "역사적 상징성과 극적 잠재력은 훌륭하지만, 서사의 밀도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중반부가 좀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특히 노산군이 마을에 적응하는 과정이 조금 반복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연출 기법 측면에서 보면, 장항준 감독은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여기서 '클로즈업(Close-up)'이란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분을 화면 가득 채워서 감정을 강조하는 촬영 기법입니다. 유해진의 떨리는 눈빛, 박지훈의 굳어진 표정 같은 것들이 클로즈업으로 포착되면서 감정 전달이 더 강렬해졌죠.
## 역사 논란과 표절 의혹, 그런데 천만은 넘겼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논란도 함께 커졌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역사 왜곡 문제입니다. 실제 역사 기록을 보면 단종(노산군)은 사약을 받고 죽었는데, 영화에서는 엄흥도가 직접 목을 졸라 죽입니다. 이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죠.
어떤 분들은 "역사 인물을 함부로 각색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하시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니까요.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각색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엄흥도가 단종을 죽이는 장면에서, 저는 권력 앞에서 무력한 개인의 비극을 더 강렬하게 느꼈거든요.
표절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엄모 씨의 유족이 고인이 생전에 쓴 드라마 시나리오 '엄흥도'와 영화의 설정 및 장면 전개가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출처: 주간조선](https://www.chosun.com)). 제작사는 해당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으며, 역사 소재 작품의 특성상 유사한 설정이 나올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역사 자료를 다시 찾아봤는데, 단종과 엄흥도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여러 작품에서 다뤄졌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설정이 겹치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다만 법적 판단은 전문가들이 할 일이고, 저는 일단 영화 자체로 봤을 때 충분히 감동적이었다는 점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 흥행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대만,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도 개봉했고요. 한국 사극이 해외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확실히 성공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 동안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외로움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화려한 궁궐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걸 이 영화가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역사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게 만든 것도 처음이었고요.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권력의 무게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C%99%95%EA%B3%BC_%EC%82%AC%EB%8A%94_%EB%82%A8%EC%9E%90